최근에는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낮은 투표율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다. 왜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을까. 복잡하게 생각할 거 전혀 없다. 다수 국민들이 투표를 안하다는 것은 정치와 시민이 괴리된 상태에서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라는 건 시민들의 의사가 제도적 절차 속으로 들어와서 경쟁과 타협을 통해 합의된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련의 절차라고 할 수 잇는데,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경쟁과 타협은 커녕 시민들의 의사를 정치권에 반영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맘대로 권력 독과점을 향유하고 있는 반면 다수 시민들은 정치가 자기의 삶의 문제를 대변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하며 완전히 소외된 상태에서 무기력하게 방치되어 있다. 혹자는 낮은 투표율의 원인을 국민들의 어리석음과 멍청함에서 찾기도 하지만 다 헛소리일 뿐이다. 정치가 민의를 표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선거가 더 이상 국민들의 관심거리가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김제동 같은 사람들이 벌이는 투표독려운동을 별로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투표율이 낮게 나오고 있는 건 구조적인 문제이지 개인의 의식수준이 낙후해서 벌어진 문제가 아니다. 정당체제가 양당독과점 구도로 고착되어 있어서 유권자에게 주어진 유효한 선택지가 2개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한 투표 불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긴 어렵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는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박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면 유권자의 의사가 원활히 표출되긴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1등 후보에게 던진 표만 의미를 갖고 그 외 나머지 후보에게 던진 표는 전부 '무효표'로 처리해버리는 '승자독식 행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가능성 있는 두 개의 후보대안으로 압축해서 일대일 대결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두 후보 대안 모두를 마뜩찮게 보는 유권자가 대다수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다수 유권자들은 선거참여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그 놈이 그놈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그리고 두 후보 대안 말고 다른 후보 대안에게 표를 던져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죽은 표'가 될 게 뻔하다면 그 누가 선뜻 투표장을 찾으려고 하겠는가. 결국 선거는 두 후보군을 지지하는 소수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매우 낮은 투표율과 극도로 불안정한 대표성으로 나타날 수박에 없다.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 때 얻은 득표율은 전체의 몇 퍼센트나 될까. 참고로 지난 총선 투표율은 46.1퍼센트로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하지 않은 최악의 선거였다. 46.1퍼센트 중에서 다른 정당이 얻은 득표율을 빼고 나면 한나라당이 얻은 득표율은 잘해봐야 30퍼센트 남짓에 불과할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초라한 특표율을 가지고도 국회 과반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웃기지 않는가. 지금 국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독재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명박의 경우는 어떨까. 그가 대선 때 얻은 지지율은 과연 몇 퍼센트였을까. 놀랍게도 33퍼센트에 불과햇다. 전국민의 33퍼센트의 지지만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마치 전권을 위임받은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연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낮은 투표율과 취약한 대표성의 문제는 이렇듯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다. 만약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비례해서 정확히 의석수를 가져가는 선거제도였다면 지금처럼 터무없이 낮은 투표율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선거제도였다면 우선 유권자들은 다양한 정당대안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고 폭넓은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표염려 없이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정당에게 표를 던지고, 찍은 대로 의석수가 배분될 것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과 요구들이 제도권 정치과정에 원활히 반영되면서 정치가 비로소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선거는 정확히 이와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치러지고 있다.
낮은 투표율의 문제가 국민 의식개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면 이제 더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일은 투표 독려운동이 아니라 투표를 가치있게 만드는 운동이다. 유권자의 한표 한표가 소중하게 취급되도록 만드는 일, 유권자가 던진 표의 비율만큼 정확히 의석수가 배분되도록 제도적 조건을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자기의 한표가 무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대할 수는 없다. 투표독려운동을 아무리 많이 한다해도 사표발생의 문제, 선택지를 협소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의 한표 한표가 의석배분 과정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공정하게 바꿔야만 투표독려운동은 진정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투표독려운동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낮은 투표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과제이다.
- 2011/12/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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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Limccy 2011/12/10 14:53 #
전...좀 다른의견입니다만,양당구조나 그 후보가 그후보라고 다들 생각하고,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죽은표'라고 생각했던 표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구요.
투표율이 50프로 미만이었고, 나머지 미투표자에서 약 25프로정도의 '죽은표'로 양당이 아닌 다른 후보를 택한다면 그 제삼의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는거죠...
물론 꿈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기존정치에 염증을 느낀다면 되려 투표를 더욱 독려해야 하는 것이 맞는거겠죠..
김제동씨같은경우 수사받는게 올바르다고 생각친 않지만, 평소 행적이나 팔로워대다수의 성향을 비추어보았을때 충분히 선동이라 생각할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놀리타 2011/12/10 14:58 #
정말 독려와 선동은 종이한장 차이도 안나는 느낌이라서..
footloose 2011/12/10 15:13 #
글쎄요..평범한 유권자가 과연 당선 가능성도 없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까요. 게다가 소수정당은 의석수도 적고 언론에 노출될 기회도 적어서 별다른 존재감이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런 만큼 평범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올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수정당에게 표를 던지도록 만들려면 무엇보다 '열성적인 지지'가 필요한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 평범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는 대단히 힘들죠.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저는 기본적으로 구조적 조건이나 환경을 무시하고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에 회의적입니다. 예컨대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 때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엇던 이유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때문이지, 그들의 주체적인 역량이 갑자기 대단해져서 그랬던 것은 아니지요. 즉, 제도가 선거결과를 바꾼 겁니다. 유권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어떠한 제도적 구조나 환경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선거결과는 굉장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요. 예컨대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당내경선을 치를 때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는 것은 경선방식입니다. 어떤 경선방식이냐, 즉 어떤 게임의 룰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선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footloose 2011/12/10 15:21 #
아,,그리고 김제동씨 수사건은,, 글쎄요..저는 잘 모르겠네요. 직접적으로 누굴 찍으라고 얘기한 건 아닌데,, 또 어떻게 보면 그 동안의 정치적 성향이나 행적을 봤을 때 박원순 후보에게 찍으라고 간접적으로 얘기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근데 제가 보기엔 그 동안 젊은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박원순에게 찍으라고 말했단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건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게 본의 아니게 집권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이런 난리법석이 벌어진 게 아닐까요.
net진보 2011/12/10 15:16 #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서 반대운동을 전개하신분들이나...투표날에 부모님을 어디온천 보내드린분들을 칭찬하시는 어던분들도있는것보면 보면...뭐 투표장려운동이 정치참여르 위한 아름다운 운동인지 아니면 정파적인 이해를 위한 선거개입인지 헤갈리더군요.